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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렸을 때 서부 에리어3에 서 있었던 건 분명 행운이었습니다. 언덕 너머만 넘어가면 보물식당의 지붕이 보였거든요. 물론 피크닉 세트를 꺼내어 샌드위치를 만들어도 충분했지만, 보물식당에서 먹은 주먹밥 생각이 났어요.

 참푸르 마을은 우리의 본거지는 아니었어요. 네모에게는 마땅한 배틀 코트가 없는 심심한 마을이었고, 모란에게는 특이한 것 없는 중소 도시였고, 페퍼는 그날 이후로 제로게이트에는 정말 필요할 때만 갔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지난번 치프의 부탁으로 체육관에 방문한 이후 들릴 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모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점심이라기에는 다소 늦은 시간이었지만, 보물식당 앞은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서부 에리어로 돌아가서 샌드위치를 먹을까, 라고 생각하는 찰나 어디선가 “챔피언이다.”라고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가 돌아가는 것은 저도 막을 수가 없었지만, 누가 처음 말했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제 모습을 보더니 슬금슬금 자리를 비켜줬고, 어느새 저는 식당 문 앞까지 와 있었어요. 배려를 해주는 건 정말 고마운 일이었지만 어쩐지 조금 머쓱한 기분이 들어 감사하다는 말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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